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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유조선
심층 리포트 · 유가 쇼크 · 2026.07.25

유가가 7천을 무너뜨렸다

이란 전쟁이 다시 불붙고 호르무즈·홍해에서 유조선이 공격받자 유가가 뛰었다. 7월 24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5.7% 폭락하며 사이드카가 걸렸다. 무슨 일이 벌어졌고, 시장 안에서 돈은 어디로 옮겨갔나.

사진: Jordanroderick / CC0 / Wikimedia Commons
코스피 · 7/24
6,691
전일比 −5.7%, 매도 사이드카
WTI 유가
≈$90
7/22 $86.6 → 급등, 월간 +20%대
브렌트
≈$100
7/23 장중 $100대, 2개월 만
외국인 순매도
−3.4조
기관 −1.7조, 개인 +5.0조 방어
무슨 일이 있었나

하루 만에 7,096에서 6,691로

7월 23일 코스피는 7,096으로 신고가를 썼다. 바로 다음 거래일인 24일, 지수는 5.7% 폭락해 6,691로 주저앉았다. 장중 낙폭이 커지자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하루 사이 사흘치 상승분을 통째로 반납한 셈이다.

코스닥도 같은 날 5.3% 빠졌다. 수급을 보면 방향이 분명하다. 외국인이 3조 4천억 원, 기관이 1조 7천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5조 원을 사들이며 받았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히려 소폭 내려 1,461원이었다. 주식에서 온 충격이 환율까지 번지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통화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방아쇠는 국내에 있지 않았다. 중동에서 유가가 튀어 오르면서, 그동안 많이 오른 위험자산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거래소 · 코스피 종가

사흘 오르고 하루에 되던졌다

코스피 종가 추이

710069006700 6,7987,0976,691 7/227/237/24
7월 23일의 신고가는 하루짜리였다. 다음 날 −5.7%는 코로나 이후 손에 꼽는 하루 낙폭이다. 지수 레벨보다 중요한 건 왜 빠졌고, 그 안에서 돈이 어디로 갔느냐다.
방아쇠 — 이란

휴전이 깨지고 유가가 다시 튀었다

2026년 이란을 둘러싼 충돌은 올해 내내 시장을 흔든 변수였다. 봄에 한 차례 전쟁과 휴전을 거쳤는데, 7월 들어 휴전이 무너지며 다시 불이 붙었다. 유가는 이 소식마다 출렁였다.

핵심은 유가다. 국제유가는 6월 말 배럴당 7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왔다가, 7월 교전 재개와 함께 급등했다. BruDash 집계로 WTI는 7월 22일 86.6달러에서 23일 91.8달러로 뛰었고, 브렌트는 23일 장중 100달러를 넘어 두 달 만에 세 자리로 복귀했다. 7월 한 달 유가 상승률만 20%대다. 전쟁 자체보다, 그 전쟁이 세계 원유가 지나는 길목을 막는다는 점이 시장을 겁먹게 했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
호르무즈 해협 — 세계 해상 원유의 약 30%가 지나는 병목. 지도: CIA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병목 — 호르무즈와 홍해

세계 원유의 길목 두 곳이 동시에 막혔다

유가를 밀어 올린 건 두 개의 좁은 바닷길이다. 하나는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다른 하나는 홍해로 들어가는 바브엘만데브다. 둘 다 지도 위 점 하나지만, 여기가 막히면 세계 원유 물류가 흔들린다.

호르무즈 통과 원유
약 30%
세계 해상 원유의 3분의 1이 이 좁은 해협을 지난다.
호르무즈 통항 (7/21)
−31%
7월 6일 이후 선박 9척 넘게 피격돼 통항이 급감했다.
바브엘만데브 (7/21)
−34%
홍해 입구 통항도 급감. 아시아-유럽 항로 우회.

7월 들어 이란이 자국이 정한 항로로 선박을 강제하려 하면서, 미국이 조율한 항로로 위치 신호를 켜고 통과하던 대형선의 발이 한동안 묶였다. 여기에 7월 23일 예멘 후티 세력이 홍해에서 사우디 유조선 두 척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며 새 전선이 열렸다. 몇 달 잠잠하던 홍해 상선 공격이 재개된 것이다. 이 소식에 브렌트가 하루 3.8% 뛰며 10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전쟁이 유가를 올린 게 아니라, 전쟁이 원유가 지나는 길을 막는다는 공포가 유가를 올렸다.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한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화학의 원가와 항공·운송 비용이 오르고, 물가와 경상수지에 부담이 간다. 위험자산을 파는 국면에서 그동안 가장 많이 오른 성장주가 먼저 팔린 이유다.

로테이션 — 돈이 옮겨간 자리

판 쪽과 산 쪽이 갈렸다

−5.7%라는 지수 하나로는 절반만 본 것이다. 시장 안에서는 성장주를 팔아 유가 수혜주로 옮겨가는 로테이션이 뚜렷했다.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버텼는지가 이날의 진짜 그림이다.

2026-07-24 · 거래소 장마감

7월 24일 섹터·업종 등락률

하락상승
6G로봇반도체장비AI 전력주HBM코스피해운(HMM)조선 −19.1 −11.8 −10.2 −9.6 −9.4 −5.7 +3.1 +3.8
그동안 가장 많이 오른 성장주가 가장 크게 빠졌다. 6G·로봇·반도체장비·HBM이 두 자릿수로 밀렸고, 전날 급등했던 AI 전력주도 함께 되던져졌다. 반대로 유가·운임 수혜가 붙는 조선과 해운은 지수가 −5.7%인 날에 오히려 올랐다. 등락률은 거래소 장마감(2026-07-24) 기준.

이 그림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시장은 "AI에 돈을 태우던 국면"에서 "전쟁과 유가에 대비하는 국면"으로 하루 만에 태세를 바꿨다. 반도체와 AI 밸류체인처럼 밸류에이션이 높고 경기에 민감한 쪽이 팔렸고, 유가가 오르면 실적이 좋아지는 쪽으로 돈이 옮겨갔다.

수혜와 피해 — 종목으로

유가가 오르면 웃는 쪽, 우는 쪽

유가 쇼크는 섹터마다 정반대로 작용한다. 폭락장 한가운데서도 오른 종목이 있었고, 그 종목들이 앞으로의 방향을 가리킨다.

컨테이너 항만 터미널
컨테이너 터미널 — 홍해 우회로 운임이 뛰면 해운이 수혜를 본다. 사진: Matti Blume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웃는 쪽 — 해운·조선·방산·정유

HMM해운
+3.1%

홍해 우회로 아시아-유럽 항로가 길어지면 컨테이너 운임이 뛴다. 한 증권사는 "운임 상승세가 예상보다 훨씬 강해 HMM이 대표 수혜"라고 봤다.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전년보다 90% 넘게 높은 수준이다.

조선 업종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3.8%

업종 평균이 폭락장에서 홀로 올랐다. 유가·LNG 강세는 LNG선·해양플랜트 발주 기대로 이어진다. 다만 개별 종목은 지수에 눌려 소폭 하락한 곳도 있어, 업종 전체의 상대 강세로 읽는 게 맞다.

LIG넥스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방산
+3.5% · +2.2%

중동 소모전이 길어지면 미사일·요격체계 수요가 부각된다. 다만 이번 국면은 미사일 중심의 소모전 성격이라, 실적 연결은 종목별로 따져야 한다.

S-Oil정유
+0.9%

유가가 오르면 보유 재고 평가이익과 정제마진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다만 원가 부담과 수요 위축이 겹치면 방향이 엇갈릴 수 있어, 정유는 유가 레벨보다 정제마진을 봐야 한다.

우는 쪽 — 반도체·AI 성장주

반대편은 그동안의 주도주였다. 반도체장비 −10%, HBM −9%대, 6G −19%. 밸류에이션이 높고 경기·투자 사이클에 민감한 쪽이 위험회피 국면에서 먼저 팔렸다. 전날 신고가를 이끈 AI 전력주도 −6~10%로 되던져졌다(LS ELECTRIC −9.6%). 이들의 장기 이야기가 깨진 건 아니다. 전력 밸류체인의 구조가 유가 쇼크와 무관하게 유효한 이유는 따로 뜯어봤다. 다만 유가와 전쟁이 시장을 지배하는 동안은 수급이 불리하다.

주의. 위 등락률은 2026-07-24 거래소 장마감 기준의 하루 움직임이다. HMM·조선·방산이 유가 쇼크의 방향을 가리키긴 하나, 하루 등락으로 매수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운임·유가·수주 같은 실물 지표가 뒤따르는지 확인해야 한다. 개별 수주·실적 수치는 각 사 공시로 교차검증이 필요하다.

앞으로 — 무엇을 볼까

확전이냐 휴전이냐, 유가가 답을 정한다

악화 시나리오

  • 호르무즈·홍해 공격이 이어지고 확전되면 유가가 더 오른다. 물가·금리 부담이 커지며 위험회피가 길어진다.
  •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 지수 반등이 늦어진다.
  • 정유·항공·화학의 원가 압박, 성장주 조정 장기화.

진정 시나리오

  • 휴전이 자리 잡고 통항이 정상화되면 유가 프리미엄이 빠진다. 팔렸던 성장주가 되돌아올 수 있다.
  • 단, 6월처럼 휴전이 다시 깨진 전례가 있어 되돌림도 급하게 나올 수 있다.
  • 이 경우 유가 수혜주는 반대로 프리미엄을 반납한다.

지금은 방향을 단정할 국면이 아니다. 확전과 휴전이 며칠 단위로 반복되는 만큼, 뉴스 한 줄에 유가와 지수가 크게 움직인다. 그래서 예측보다 확인할 지표를 정해두고 따라가는 편이 낫다.

  • 01
    유가 레벨과 방향
    WTI 90달러·브렌트 100달러를 넘어 더 가는지, 아니면 70달러대로 되돌리는지. 유가가 시장 심리의 1차 지표다.
  • 02
    호르무즈·홍해 통항
    선박 통항량이 정상으로 돌아오는지. 통항 회복은 유가 프리미엄 소멸의 선행 신호다.
  • 03
    확전이냐 휴전이냐
    미국·이란·후티의 교전·협상 뉴스. 6월 MOU처럼 항로를 명확히 하는 합의가 나오는지가 관건.
  • 04
    외국인 수급
    −3.4조 순매도가 멈추고 되돌아오는지. 외국인 복귀 없이는 지수 반등이 제한적이다.
  • 05
    운임·정제마진
    해운·정유 수혜가 하루 등락이 아니라 운임지수·정제마진이라는 실물로 확인되는지.

정리하면, 7월 24일의 폭락은 국내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온 충격이다. 충격의 성격이 분명한 만큼, 그 충격을 만든 지표(유가·통항·확전)가 어디로 가는지만 붙잡고 있으면 된다. 유가가 진정되면 팔렸던 자리로, 유가가 더 뛰면 오늘 오른 자리로 — 시장은 그 사이를 오간다.